소프트웨어 개발 속도를 갉아먹는 과도한 거버넌스, 어떻게 해결할까?
엔지니어가 몇 시간 동안 공들여 작성한 코드가 PR(Pull Request) 단계에서 멈춰있는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으실 겁니다. 코드 작성은 순식간에 끝나지만, 검토, 승인 과정에서 며칠, 심지어 몇 주가 걸리는 경우도 흔하죠. 이러한 현상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규모가 커지면서 발생하는 과도한 거버넌스의 문제입니다.
거버넌스의 두 얼굴: 명확성과 속도 저하
거버넌스는 원래 '좋은 의도'에서 시작됩니다. 코드 품질을 높이고, 잠재적인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되죠. 하지만 지나치게 많은 절차와 승인 단계를 거치게 되면 오히려 속도가 느려지고,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합니다. 엔지니어들은 코드 작성보다 검토 의견 조율, 회의 참석, 보고서 작성에 더 많은 시간을 쏟게 되고, 결국 개발 의욕을 잃게 됩니다. 마치 관료주의에 빠진 조직처럼, 효율성은 떨어지고 불만만 쌓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죠.
확대되는 소유권, 흐릿해지는 책임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소유권이 넓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초기에는 몇몇 핵심 개발자가 주도적으로 프로젝트를 이끌었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게 됩니다. 문제는 소유자가 늘어날수록 책임 소재가 흐릿해진다는 점입니다. 각 검토자는 다른 사람이 문제를 발견해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검토하지 않게 됩니다. 결국 병합 시간은 늘어나지만, 코드 품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죠. 운영 준비 검토 회의에 10명이 넘는 인원이 참석하지만, 실제 승인 책임을 가진 사람은 단 한 명인 경우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절차는 진화해야 한다: 과거의 유산이 아닌 현재의 필요
한때 유용했던 규칙이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개발의 발목을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정 승인 절차가 왜 존재하는지 물어보면, "원래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라는 순환적인 답변만 돌아오는 것이죠. 좋은 거버넌스는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필요에 맞춰 진화해야 합니다. 모든 절차적 관문에는 '어떤 위험을 줄이기 위한 단계인지'가 명확하게 설명되어 있어야 합니다. 만약 설명이 불가능하다면, 그 단계는 재검토 대상입니다. 절차 폐기 메커니즘을 내장하여, 필요성을 입증할 데이터가 있을 때만 재승인하는 방식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속도와 소유권을 높이는 5가지 실천 방안
과도한 거버넌스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개발 속도를 높이기 위한 실천 방안은 다음과 같습니다.
- 진짜 책임을 지는 사람만 소유자로 지정: 결과에 실제로 책임을 지는 핵심 담당자만 소유자로 지정하여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합니다.
- 아키텍처 경계를 기업 경계와 일치: 팀 간 조율을 최소화하는 구조를 설계하여 팀이 독립적으로 개발, 테스트, 배포할 수 있도록 합니다.
- 저위험 작업은 빠른 경로로 처리: 문서 수정, 테스트 변경 등 위험도가 낮은 작업은 간소화된 절차를 통해 빠르게 진행할 수 있도록 합니다.
- 검토자 범위를 작고 목적 있게 유지: 대부분의 변경은 직접적인 맥락을 가진 소수의 인원만 검토하도록 합니다.
- 변경마다 단일 책임 병합자를 지정: 여러 검토자가 필요하더라도, 병합 결정과 일정은 한 사람이 책임지도록 합니다.
문화적 손실: 엔지니어의 의욕 저하
비효율적인 거버넌스는 단순한 속도 저하 이상의 심각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유능한 엔지니어는 과도한 검토 계층이 쌓인 기업에서 점차 활력을 잃게 됩니다. 기능 하나를 출시하는 데 수개월이 걸리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피드백에 의해 초기 아이디어가 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되면서 개발 의욕을 잃게 되는 것이죠. 결국 엔지니어는 영향력 최적화가 아니라 '승인 통과'를 목표로 일하게 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포기하게 됩니다. 새로운 것을 만드는 빌더가 아니라, 누군가의 설계를 수행하는 하청 구조로 전락하는 것입니다.
결론: 속도와 혁신을 위한 지속적인 거버넌스 조정
소프트웨어 개발 조직에서 거버넌스는 필수적인 요소이지만, 과도한 거버넌스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습니다. 리더는 명확성과 속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도록 거버넌스를 지속적으로 조정해야 합니다. 팀 구조를 최적화하고, 불필요한 절차를 제거하며, 엔지니어에게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국, 성공적인 소프트웨어 기업은 효율적인 거버넌스를 통해 팀의 속도와 자신감을 높이고, 혁신을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조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