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오픈소스 승리는 필연?

Share

AI 시대, 오픈소스의 승리는 필연적인가? 숨겨진 진실 파헤치기

우리는 종종 기술의 역사를 단순한 승리의 서사로 포장하곤 합니다. 리눅스가 유닉스 전쟁을 끝내고, 아파치와 쿠버네티스가 웹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을 보며 ‘개방성’이 마치 자연 법칙처럼 승리한다고 믿는 것이죠. 하지만 현실은 훨씬 복잡하고 미묘합니다. 오픈소스 옹호자들이 주장하는 도덕적 우월성이나 리누스 법칙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지점들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AI 시대, 오픈소스는 과연 기존의 성공 공식을 그대로 따를 수 있을까요?

오픈소스, 모두가 외면하는 인프라의 지배자

오픈소스가 힘을 발휘하는 순간은 특정 기술이 모두에게 필요한 인프라가 되지만, 그 누구도 그 영역에서 직접 경쟁하고 싶어 하지 않을 때입니다. 리눅스의 성공은 운영체제가 '상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나은 독점 커널을 개발하는 것이 경쟁 우위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가치가 애플리케이션 계층으로 이동했죠.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거대 기업들은 리눅스에 투자하여 필수적인 기반 비용을 공동으로 부담하고, 데이터와 규모가 핵심 경쟁력인 검색, 소셜 그래프,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영역에서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AI, 오픈소스 vs 폐쇄형 모델의 복잡한 공존

최근 메타의 라마(Llama)와 같은 '오픈 웨이트(open weights)' 모델의 확산, 딥시크(DeepSeek)의 인상적인 오픈소스 효율성을 보며, 일각에서는 오픈AI와 구글이 주도하던 폐쇄형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실제 자금 흐름을 자세히 살펴보면 오픈소스와 폐쇄형 기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I 분야에서 오픈소스가 기존의 역할을 그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잃어버린 25억 달러, 기업은 왜 '낭비'하는가?

하버드대와 리눅스 재단의 프랭크 네이글 연구팀은 오픈라우터(OpenRouter) 데이터를 분석하여 오픈 모델이 폐쇄형 모델 성능의 90% 이상을 달성하면서도 실행 비용은 1/6 수준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순수하게 경제적인 관점에서 보면 기업들은 GPT-4 대신 라마3를 선택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죠. 네이글은 기업들이 여전히 고비용의 폐쇄형 모델을 고수함으로써 매년 약 24.8억 달러를 낭비하고 있다고 추산합니다. 그는 이를 정보 비대칭이나 브랜드 신뢰로 인한 일시적인 시장 실패로 해석하지만, 기업들이 왜 기꺼이 이 비용을 '낭비'하는지 심층적으로 분석해야 합니다.

편의성을 위한 프리미엄, 코드의 자유를 넘어서

2010년대 초 클라우드 컴퓨팅 시대에도 비슷한 논쟁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를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지만, 개발자들은 소프트웨어를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되는 편의성을 위해 AWS에 기꺼이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AI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이 오픈AI나 앤트로픽에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단순한 토큰 생성 기능 구매가 아닙니다. 서비스 수준 협약(SLA), 안전 필터, 법적 책임 구조 등 편의성, 면책성, 신뢰성을 함께 구매하는 것입니다. 깃허브 리포지토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AI에는 '커뮤니티'가 존재할 수 없는 이유

'AI의 리눅스'를 기대하는 것은 구조적인 문제를 간과하는 것입니다. 리눅스는 분산된 기여자 커뮤니티의 힘으로 성장했지만, LLM에 기여하기 위한 진입 장벽은 훨씬 높습니다. 리눅스 커널의 버그는 개인 노트북에서도 수정할 수 있지만, 수백억 개의 파라미터를 가진 모델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막대한 연산 자원과 원본 학습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또한 AI 시대에는 뛰어난 인재들이 구글, 오픈AI 같은 거대 기업의 폐쇄적 연구 조직 안으로 흡수되는 인재 구조의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오픈소스, 이기적인 전략적 선택

메타, 미스트랄, 딥시크가 강력한 모델을 무료로 공개하는 이유는 자선 활동이 아닙니다. 이는 경쟁사의 제품을 상품화하여 가치를 떨어뜨리는 동시에, 자신이 가진 독점 기술에 더 많은 투자를 집중하기 위한 전략적인 판단입니다. 인텔리전스가 무료가 되면, 가치는 그 인텔리전스를 활용하는 독점 플랫폼으로 이동합니다. 메타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과 같은 강력한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며, 오픈소스 모델을 통해 플랫폼의 가치를 극대화하려는 것입니다.

AI 스택의 재편, 오픈과 폐쇄의 공존

AI 시장은 오픈 웨이트(open weights), 드물게 공개되는 데이터, 완전히 폐쇄된 서비스 등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재편되고 있습니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오픈 형태로 남을 가능성이 높지만, 데이터 계층은 계속 폐쇄적으로 유지될 것입니다. 의료 진단, 법률 검토, 공급망 최적화와 같은 특수 작업을 위한 독점 데이터는 모델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입니다. 추론 및 에이전트 계층 역시 복잡한 통합 작업과 책임 문제로 인해 폐쇄적인 구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큽니다. 또한 기업들은 지식재산 보호, 유해 콘텐츠 방지 등 안전성을 보장하는 도구에 비용을 지불할 것입니다.

AI 시대의 승자는 실용주의자, '라스트 마일'을 해결하는 자

AI의 미래는 오픈 구성 요소와 폐쇄형 서비스가 공존하는 하이브리드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큽니다. 승자는 이념적인 순수주의자가 아니라, 무료로 제공되는 오픈 모델에 독점 데이터와 안전 프로토콜을 결합하여 기업에게 프리미엄 가격으로 되파는 실용주의자가 될 것입니다. AI의 '라스트 마일', 즉 실제 비즈니스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기업이 네이글이 언급한 '24.8억 달러'의 가치를 차지하게 될 것입니다.

이것도 좋아하실 수 있습니다...